“아직 몬고른 사람 많다카대” 선택 머뭇거리는 PK 표심

입력 2017-04-24 05:02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의 집중 유세에서 푸른색 가발 등을 쓴 채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경남 창원 소답시장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손가락으로 기호 3번을 표시하는 모습. 뉴시스

“아직 몬(못) 고른 사람들 많을 끼다. 주변에 진짜 다 그카더라.”

지난 22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김모(70·여)씨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대선 후보 중 누구를 찍으실 거냐’고 묻자 웃음부터 터뜨린 김씨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다. 김씨는 “다섯인가 여섯인가 나온 사람 중에 인물이 하나도 없더라”며 “이번 선거는 잘못 찍으면 진짜 큰일 난다.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주말인 지난 21∼22일, 부산역 광장과 서면 일대에서 만난 부산·경남(PK) 유권자들은 답답함을 드러냈다. PK 출신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직장인 김모(25·여)씨는 “둘 다 부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확실한 자기 견해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에 따라 자꾸 정책 방향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감’으로서 갖춰야 할 자기 주관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세대별로 5060세대와 2040세대 간 후보 선호도 차이는 커 보였다. 노년층의 경우 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 박모(70)씨는 “TV토론 보면 북한을 주적이라고 확실하게 주장을 못한다”며 “어정쩡하게 표 얻으려고 공약만 발표하면 뭐하나. 방송에 나와선 얼버무린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층에서는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홍준표는 사표’라는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 이동규(57)씨는 “홍준표가 돼야 중국에 큰소리도 좀 칠 거 같은데 표를 줘봐야 ‘헛방’일 거 같다”며 “문재인은 싫고, 홍준표는 사표니까 안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안 후보의 ‘정체성’을 우려했다. 황모(27·여)씨는 “안철수는 자유한국당 쪽이랑 연계돼 있다고 알고 있다”며 “그것 때문에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겨냥해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부산=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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