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댓글 폭탄은 반민주적 여론조작 행위다

입력 2017-04-23 18:32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가한 댓글 폭탄은 정책선거에 반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는 반민주적 행위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 폭탄은 특정인에 대한 적극적 지지나 반대를 넘어 특정세력의 잘못된 정치운동으로, 후보 선택을 심대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댓글 폭탄은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여론조작 행위로, 청산돼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문 후보 팬클럽인 온라인 카페 ‘문팬’에는 지난 21일 “댓글(공격) 지원 요청한다”는 제목과 함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문 후보가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것을 입증하는 당시 송 장관 메모를 담은 기사가 링크됐고, 이후 집중적인 악성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송 전 장관에 대해 ‘×새끼’ ‘폭로하면 한자리 준다더냐’ ‘가만두지 않겠다’는 인신공격은 물론 신체위해성 댓글이 난무했다. 사실상 댓글 테러다. 현재로선 문 후보 측이 개입했다는 확증은 없다. 문 후보 측도 사실무근이며 경쟁 후보 측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순히 의혹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체적이다. 만일 이 문자 테러에 후보 측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댓글 테러 의혹은 문 후보 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후보 지지자들도 문 후보에 대한 집단적 댓글 공세를 가하고 있는 등 후보 지지세력 간 댓글 폭력은 도를 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옹호하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과 견해를 정정당당히 밝히고 이에 부합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간접민주주의 시대에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없는 사실로 경쟁자를 비난하거나 또는 정당이 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분열을 조장하는 이중적이고 위험한 행위다. 이런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긴 쉽지 않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을 받았다면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며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우리는 지난 18대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극심한 국론분열과 정치적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문 후보는 국정원 댓글의 피해자로 누구보다 댓글 폭력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이라며 마치 남의 말 하듯 하는 문 후보 반응은 무책임하다. 또 일부 열성 팬클럽 회원들의 과잉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유감을 표시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다. 아울러 수사 당국은 후보 개인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