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일인 25일쯤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3국 정상이 긴급 통화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 억지 방안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때문에 아베 총리, 시 주석과 같은 날 통화한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후 10시30분) 아베 총리와 통화한 뒤 이어서 오전 10시 시 주석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정상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추가 도발 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동해 진입을 앞두고 중국 공군 전폭기가 비상대기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 간에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지난 12일 이후 11일 만이다. 김일성의 생일(15일)을 앞두고 이뤄진 당시 통화에서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라며 “쉬운 건 하나도 없지만 중국이 원한다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또다시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주 중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강도 높은 대북 제재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같이하면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촉구하고, 철저한 제재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이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 이사회 의장국 자격으로 오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대북 제재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신규 제재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제한과 항공노선 폐쇄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과 은행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세컨더리 보이콧)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대북 정책을 확정하고, 26일 백악관에서 미 상원의원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으로 명명된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은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외교·안보 수장들이 직접 의원들에게 브리핑할 계획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북 정책이 확정되기까지 6개월 걸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백악관 주도로 서둘러 대북 정책이 확정됐다. 백악관은 북한의 도발 시 대응 방안과 추가도발 억지 방안,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북·미 관계 개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대북 정책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긴박한 美·中·日… 트럼프, 아베·시진핑과 연쇄 통화
입력 2017-04-23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