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대학 시절 성폭행 모의 논란을 보면 이런 수준의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왔다는 게 부끄럽고 참담하다. 홍 후보는 2005년에 펴낸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달고 하숙집 친구들과 성범죄를 모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친구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돼지 흥분제’를 구해 달라고 요청하자 동료들이 이를 구해줬다는 것이다.
아무리 치기 어린 대학생 때였다고는 하지만 친구들과 성범죄를 모의하고 그것을 무용담처럼 떠벌리는 게 제 정신인가. 홍 후보의 해명은 더 기가 막힌다. 그는 페이스북에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공개된 자서전 내용을 다시 재론하는 것을 보니 저에 대해 검증할 것이 없기는 없나 보다”고 적었다. 범죄 행위를 과거사로 치부하는 인식도 문제거니와 검증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홍 후보는 파문이 커지자 자신이 관여한 게 아니라 옆에서 들은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자서전 말미에는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적어놓고 이제 와서 거짓 해명으로 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서전을 거짓으로 썼다는 말인데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혈기왕성할 때 일”이라고 감싸는 소속 당의 태도도 사회적 정서와 괴리되기는 마찬가지다.
홍 후보는 얼마 전에는 “설거지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하는 일”이라며 여성 비하 발언도 했다.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선 유죄, 2심에선 무죄를 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람이 공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장 사퇴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 후보나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치와 정신을 강조해 왔다. 보수의 가치와 정신은 희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한다. 홍 후보의 말과 행동은 이런 것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사설] 성폭행 모의의혹 홍준표, 대통령 자격 있나
입력 2017-04-23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