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메신저들, 日 오사카 ‘불금’ 달구다

입력 2017-04-24 00:00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일 부활절 시민 페스티벌’에 참석한 목회자와 성도, 주민들이 지난 21일 저녁 오사카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행사 말미에 두 손을 들고 일본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일 부활절 시민 페스티벌에 참가한 서울 대치순복음교회 방문단.
대치순복음교회 킹스콰이어 성가대원과 일본교회 성가대원들이 지난 21일 행사에서 함께 찬양하는 모습.
금요일이었던 지난 21일 오후 6시, 일본 오사카시 코노하나구의 한 문화센터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교복 차림의 10대 청소년들과 중절모를 눌러쓴 70대 노인들도 보였다. 지역 주민들과 현지 한인 선교사와 가족, 재일교포 성도들은 400석 가까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오사카의 특별한 ‘불금’

꽃의 금요일, ‘하나킨(花金)’으로 불리는 일본의 ‘불금(불타는 금요일)’ 저녁에 이들이 찾은 곳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부활절 시민 페스티벌 2017’ 현장.

“예수 아이시마스 아이시마스 코코로 소소기(예수 사랑해요 사랑해요 온 마음 다해)…” 일반인으로 보이는 관객들은 한·일 양국의 크리스천 가수들이 부르는 찬양이 신기한 듯 줄곧 무대를 주시했다. 현지 선교사들과 교포 성도들은 찬양을 따라 부르며 행사 분위기를 서서히 달궜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서울 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 평신도와 교역자 90여명으로 꾸려진 성가대 ‘킹스 콰이어(King’s Choir)’의 무대. ‘주께 영광’ ‘주의 길을 예비하라’ 등의 곡에 장구와 꽹과리 같은 국악 악기 협주가 버무려진 합창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킹스콰이어 대원들은 지난해 9월 영국 웨일즈에서 열린 ‘토마스 선교사 한국선교 150주년 영국-한국 연합기도성회’ 무대에 섰던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복음화율 1%가 채 되지 않는 ‘복음의 불모지’ 일본 현지 공연을 앞두고선 영적인 무장이 필요했다. 단원들은 100일 동안 모여 ‘충실한 복음의 메신저로 서게 해 달라’는 합심 기도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대치순복음교회 이병철 선교국장이 귀띔했다.

킹스콰이어 순서가 끝난 뒤 설교자인 한별 목사가 무대로 올라왔다. “대한제국 말에 이수정이라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신문물을 배우려고 이곳 일본에 온 그는 요코하마에서 예수를 믿게 됩니다. 이후 그는 한자성경 마가복음을 우리말로 번역했고, ‘조선에 선교사를 보내 달라’는 편지를 미국 선교협회에 보냈습니다.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이수정의 번역본(신약마가복음서언해)을 들고 조선 땅을 밟았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일본을 통해 일하셨고, 앞으로도 일하실 것입니다.”

한국에 복음이 심겨지는 과정에 ‘일본’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란 이들이 더러 있었다. 40대 후반의 크리스천 시바 지에코(여)씨는 “이수정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들었는데, 너무 놀랐다”면서 “하나님께서 일본을 어떻게 사용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김은영(오사카중앙침례교회) 집사는 “오늘 저녁 하나님이 일본을 깊이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들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고 고백했다.

“한·일, 영성으로 하나 될 수 있어”

행사의 마지막은 특별했다. 킹스콰이어 대원들과 일본 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한·일 연합성가대가 헨델의 메시아 44번 ‘할렐루야’ 편곡 버전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일부 성가대원들과 청중은 눈물을 훔쳤다.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 ‘우리도 하나가 될 수 있구나’하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 같았다.

서울 대치순복음교회와 재일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공동회장 이병용 조남수 목사)가 함께 주관한 이번 행사는 개최 전부터 관심거리였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에선 공공장소에서 일반인까지 초청한 부활절 연합행사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다. 2개로 나뉘었던 현지 한인선교단체가 올해 초 한기연으로 통합된 뒤 첫 번째 갖는 부활절 연합 행사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한 목사는 “한국과 일본이 여러 가지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영성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사카=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