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연주회. 1부는 브람스와 리스트를 연주하는 전형적인 피아노 리사이틀이었지만 2부는 몬테로의 즉흥연주가 펼쳐졌다. 관객이 노래를 부르면 몬테로가 기본 멜로디를 뼈대로 화려한 선율의 클래식 곡으로 바꿔 연주했다. 관객이 떼창으로 동참한 한국 민요 ‘아리랑’은 아름다운 낭만주의 스타일의 곡으로 탈바꿈됐다.
이날 힙합듀오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시작으로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생일축하 노래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의 주제까지 6곡이 몬테로의 손 끝에서 새롭게 재창작됐다. 관객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즉흥연주에 어떤 클래식 공연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원래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등 음악사의 대가들은 즉흥연주에 능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분리되면서 클래식 분야에선 몬테로처럼 즉흥연주에 능한 경우를 보기 어려워졌다. 흔히 재즈에서 즉흥연주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코드 진행을 미리 정한 뒤 멜로디를 입힌다는 점에서 몬테로와 다르다.
지난 1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즉흥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목 그대로 매 공연마다 다른 뮤지컬이 펼쳐진다.
막이 오르면 어드벤처 전문극단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연습실. 당장 내일까지 뮤지컬 한 편을 만들어 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배우들은 즉석에서 관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관객들이 말하는 대로 캐릭터의 이름과 나이, 직업, 꿈,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 명대사, PPL까지 결정된 후 공연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어떤 공연에선 주인공이 해적이 되기 위해 고아원을 떠나는가 하면, 어떤 공연에선 토마스 기차(유명 캐릭터)가 패키지여행만 다니는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얼핏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배우들의 순발력이 더해져 공연의 완성도를 높힌다.
사실 해외에선 ‘현장성’을 극대화한 즉흥공연이 요즘 큰 인기다. 작품의 의외성과 함께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다만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경우 이야기의 큰 플롯과 진행 흐름은 정해진 상태에서 그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다. 코드 진행을 미리 약속하는 재즈의 즉흥과 유사하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연출가 김태형은 “즉흥이지만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기까지 배우들과 수많은 상황에 대한 연습을 했다”면서 “한국 관객들이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준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즉흥연주 대가 몬테로 연주회 현장] 관객들이 ‘아리랑’ 떼창하자 낭만주의 스타일로 바로 변주
입력 2017-04-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