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결국 ‘北風’ 앞에 섰다

입력 2017-04-22 05:01
노무현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과정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재점화됐다. 당시 정부의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핵심 인사들이 10년 만에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뉴시스

노무현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이 2라운드로 확대됐다. ‘대북 사전 문의’를 주장했던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북한으로부터 받은 회신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공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를 ‘제2의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문’으로 규정하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송 전 장관을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문 후보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논란을 “지난 대선 당시 벌어졌던 북풍공작 사건인 제2의 NLL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느냐, 송 전 장관 주장처럼 북한에 물어본 뒤 결정됐느냐는 것”이라며 “11월 16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이) 결정됐고, 북한에는 그 방침을 통보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시 11월 15∼20일 벌어졌던 각종 회의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 후보는 “우리도 자료를 가지고 있고, 국가정보원에도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의 문건 공개에 대해선 “(지난해에는) 서로 기억이 다를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하는 일들을 보면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또 “송 전 장관 회고록에 저를 언급한 세 대목 모두 사실과 다르다.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서 받은 청와대 문건을 공개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인권결의안 찬성 표결 기류에 반발하며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길 요구하는 내용이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국가 일을 할 때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 그리고 지금 와서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데 따른 진실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 문제는 색깔이나 정치 이념으로 보지 말고 판단력과 진실성, 두 측면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 단순 통보한 것이라는 문 후보의 설명에 대해선 “그것(자신이 공개한 문서)을 보고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문 후보가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은 문건 공개 배경에 대해선 “문 후보가 방송 등 여러 계기에서 제 책에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다며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했다. 저자로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고록 내용에 대해서도 “요즘 ‘대안적 진실’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진실은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은 하나일 뿐”이라며 사실에 기초한 것임을 강조했다.

글=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