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수출 실적도 청신호가 켜졌다. 6개월 연속 수출 증가 기록이 코앞이다. 2011년 12월 이후 5년4개월 만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등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우리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서민 지갑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가계부채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서민경제 살리기가 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지난 1∼20일 통관 기준 수출액은 303억70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5000만 달러)보다 28.4% 늘었다. 반도체(52.6%), 선박(131.7%), 승용차(25.8%), 석유제품(19.1%) 등의 증가세에 힘입은 결과다.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폭의 신장세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2.3% 증가로 돌아선 수출 회복세가 6개월 연속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회복기에 들어선 수출은 다른 지표 상승도 견인했다. 지난달 제조업 고용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00명 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 4월호 역시 서비스업 생산과 설비·건설 투자 등 각종 지표 상승을 예로 들며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대우조선해양 파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조심스레 낙관론이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0.2% 포인트 상향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6%에서 2.7%로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소비심리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7을 기록하며 5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여전히 경기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상황 역시 팍팍한 서민 지갑 사정을 대변한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15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도 체감 경기의 봄은 멀었다고 보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경기 회복세에 우리 경기도 좋아지고는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압박, 가계부채 부담 등 위협요소 때문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호황을 이끌고 있어서 고용 등에 긍정적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홍석호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수출 6개월째 늘었지만 가계는 아직도 한겨울
입력 2017-04-2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