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는 2013년 겨울 한국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에 영입됐을 때만해도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통산 181경기에서 타율 0.250, 21홈런, 62타점에 그쳤다. 그 해엔 시애틀과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 10홈런, 49타점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신통치 않자 그는 태평양을 넘어 한국을 찾았다.
처음 NC에 왔을 때 테임즈는 변화구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NC에서 그를 3년간 지도했던 박승호 전 NC 타격코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테임즈는 타격을 할 때 상체가 빨리 일어섰다. 공을 때릴 때는 얼굴이 빨리 돌아가 변화구에 약했다”고 회고했다. 빅리거 선수들보다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는 한국 투수에게 테임즈는 위압적인 타자가 아니었다. 실제 테임즈는 데뷔 첫해인 2014년 4월 한 달간 무려 20개의 삼진을 당했다.
테임즈는 처음에는 타격코치가 지적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등 팀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박 전 코치는 “하루 날을 잡아 1대 1로 진솔한 대화를 했다. 그제야 테임즈는 마음의 문을 열고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후 테임즈와 박 전 코치는 틈 날 때마다 1대 1로 훈련을 했다. 타격을 할 때 몸이 일어나지 않고 훨씬 간결한 스윙을 하도록 유도했다. 또 안 좋을 때 타격 영상을 태블릿PC를 통해 보여 주며 스스로 고칠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달라졌다. 2014년 전반기 삼진이 60개였지만 후반기 33개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타율도 0.332에서 0.363으로 크게 상승했다. NC 코칭스태프는 테임즈를 항상 주시했고 옛 버릇이 나올 때마다 따로 불러 교정하도록 도움을 줬다.
기회의 장소인 한국에서 테임즈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다. 원정 경기 때 큰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끌고 다닐 정도로 근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초기 메이저리거 때와 달라진 테임즈의 우람한 체격 변화는 이때 만들어졌다. 지난해까지 그를 지도했던 김광림 kt 타격코치는 “항상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와 손에서 배트를 놓지 않던 선수였다”며 “그날 경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훈련을 하곤 했다. 3년 내내 그랬다”고 설명했다. 코치들이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연습 좀 그만하라고 말리면 씩 웃고는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결국 코치들의 조언과 자신의 노력으로 다른 선수가 된 테임즈는 2015년 한국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되는 영예를 안았고 2016시즌이 끝난 뒤 미국으로 유턴했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인 2013년 마이너리그에서 연봉 49만 달러(5억7000만원)를 받은 테임즈는 2016년 겨울 3년 1600만 달러(187억원)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보장된 파격적인 조건으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에서 타격에 눈을 뜬 테임즈는 올 시즌 빅리그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테임즈는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삼진으로 맹활약했다. 테임즈는 현재 홈런 8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시즌 타율도 0.415(53타수 22안타)로 내셔널리그 1위이자 빅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다.
NC 시절 홈런을 친 후 테임즈의 턱수염을 잡는 세리머니를 펼쳤던 포수 김태군은 “한국에서 예측 스윙과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아졌다. 옆에서 지켜본 테임즈는 잘하든 못하든 항상 노력하는 선수였다”고 평했다.
모규엽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
한국서 진화… 큰물서 ‘월척’된 테임즈
입력 2017-04-2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