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분노와 열망이 휘발되지 않도록 일상의 정치로 살려내는 것, 촛불시민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고 그 힘으로 정당정치의 혁신을 견인하는 것, 이것이 광장에서 잉태한 시민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자 혁신정치를 꽃 피우는 길이라고 믿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출판사 창비가 운영하는 세교연구소가 주최한 ‘촛불과 한국사회’ 심포지엄에 기조발제자로 초청돼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촛불광장 지킴이’로 불렸고, 촛불집회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하고 있는 박 시장이 촛불집회에 대한 견해를 정리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과제를 시민민주주의를 통한 정치혁신으로 정립해 제시한 점은 주목된다.
박 시장은 이날 ‘촛불이 바꾼 것과 바꿔야 할 것’이란 제목으로 40여분간 강연했다. 박 시장은 먼저 이번 촛불집회를 ‘촛불시민혁명’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번 촛불광장에서 새로운 시민, 새로운 민주주의가 탄생했다”며 이를 ‘시민민주주의’라고 명명했다. 그는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 서고, 정치적 행동을 함으로써 정치권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 운명에 공동책임을 지는 것이 시민민주주의”라며 “시민민주주의는 정당중심의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고 대의제를 성숙시키는 발전된 민주주의 형태”라고 높게 평가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광장이 끝나면 시민의 정치도 끝나곤 했다”며 시민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정당이 촛불시민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고, 이들이 일상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시민사회와 제도정치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또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정치개혁이 가능하다”면서 “광장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민을 어떻게 새로운 정치주체로 세우고 새로운 정치주체와 함께 어떻게 정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인가가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 한 나의 고민이었고, 앞으로 과제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시장은 촛불집회 이후의 과제로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일상의 민주주의를 들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혁과 함께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강조했다. 또 “촛불의 국민적 분노는 ‘불평등’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불평등 이슈는 어디 갔는가”라고 비판했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박원순 “촛불시민, 정치 주체로 세워야”
입력 2017-04-20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