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거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들을 ‘애국자’로 분류해 공직에 적극 기용하고, 상대 진영은 배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20일 열린 김 전 실장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김 전 실장 재직 시 공직 인사 행태에 관해 증언했다.
조 전 수석은 “전임인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 전 실장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인사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평소 애국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며 “선거에 도움을 줬던 분들을 인사에 적극 반영하자는 게 (애국의) 적극적 의미라면 소극적 측면은 반대편 분들을 배제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 편에서 선거에 참여하면 애국이고, 노무현·김대중정부에 가담한 인사는 애국이 아닌 걸로 설정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조 전 수석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이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게 인사 대상자가 정권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인사위원회를 운영했다는 설명도 했다.
특검이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침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애국을 빙자해 보수와 좌파로 편을 갈라 국정운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자 그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거 같다”고 했다. 이어 “관료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 그 부분은 김 전 실장을 원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김기춘의 애국 기준이 대통령을 도운 사람은 애국이고 그렇지 않으면 애국이 아니라는 증언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젊은 공무원 시절부터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면 애국이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거나 온정적이면 애국이 아니라는 기준이 확고했다”고 항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조원동 “김기춘, 애국 분류 공직 적극 기용” 김기춘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생각” 반박
입력 2017-04-20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