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원화 가치 8% 껑충… 주요국 중 절상률 3위

입력 2017-04-20 19:11

올해 1분기 한국의 원화가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3위의 절상률(원화 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우리 정부의 손발이 묶인 틈을 타 해외에서 대거 원화 강세에 투기성 베팅을 늘린 탓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1118.4원으로 전 분기 말 1207.7원 대비 89.3원 하락(8.0% 절상)했다고 20일 밝혔다. G20을 놓고 보면 독일 등 유로화 사용국과 고정환율제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15개국 가운데 멕시코(10.7%) 러시아(9.5%) 다음으로 높은 절상률이다. 한국은 거꾸로 지난해 4분기에는 원화 절하율(원·달러 환율 상승)이 8.8%를 기록했었다. 그야말로 널을 뛰는 셈이다.

비거주자의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도는 올 1분기 100억 달러로 2014년 이후 최대치다. NDF는 해외 선물시장에서 미래 시점의 특정 환율을 정한 뒤 실제 환율의 등락에 따라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우리 경제가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는 점,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외환 당국의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등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투기세력이 원화 강세 쪽으로 유입된 결과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기준금리만큼이나 환율도 중요하다. 1분기 중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은 5.7원으로 전 분기 4.9원보다 더 확대됐다.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많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하건형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달러를 선호하지 않고,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 등이 완화정책을 거둬 달러화 강세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내린 1139.8원에 마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