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금융계 ‘흰장갑’과의 전쟁

입력 2017-04-21 05:03

군과 공안기관을 완전히 장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계 반부패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시 주석의 반부패 칼날이 “총(군)과 칼(공안·국가안전부)에 이어 이번에는 돈주머니(금융)를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권 5년 차를 맞는 시 주석은 우선 군부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쉬차이허우와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제거했다. 이후 ‘사법·공안의 차르’로 불린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마젠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까지 낙마시키며 권력 기반을 다졌다.

시 주석은 올가을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경 유착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다. 금융계에 몰아치고 있는 사정 태풍의 첫 신호는 지난 9일 샹쥔보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서기 겸 주석의 낙마 소식이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리커창 총리가 지난달 21일 제5차 염정(廉政·청렴정치) 공작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이 공개되면서 단발성 사정이 아님을 시사했다. 리 총리는 공작회의에서 “일부 감독 당국 인사가 금융계와 결탁했고, 이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SNS 계정을 통해 “샹쥔보가 낙마했지만 쇼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양자차이 주석조리(차관보급)에 이어 교통은행 최고리스크관리자 양둥핑도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금융 산업이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이들을 위해 자산을 관리하는 ‘흰장갑(白手套)’을 위한 천국”이라며 “시 주석이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들을 단속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태자당과 흰장갑의 대표적인 인물은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의 아들 쩡웨이와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이다. 쩡웨이는 국유기업 민영화에 개입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압송돼 조사받고 있는 샤오젠화는 쩡칭훙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금융계의 난맥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5년 증시 폭락 사태였다. 당시 수조 달러가 증시에서 증발하고 중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금융 리스크 통제를 2017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좡더수이 베이징대 염정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시 주석이 금융 산업을 이익집단의 거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깨뜨리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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