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시대 언젠가는 끝이 온다” 기시다 외무상 ‘포스트 아베’ 의욕

입력 2017-04-20 18:38

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외무상이 ‘포스트 아베’에 대한 의욕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모리토모(森友) 학원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차기’ 경쟁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아베 총리가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할 태세여서 그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아사히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전날 자민당 내 파벌인 ‘고치(宏池)회’ 창립 60주년 기념파티에 참석해 “아베 시대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면서 차기 정권 주자로 나설 의사를 내비쳤다. 기시다 외무상은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면서도 “영원히 아베 총리 한 명에게 의지할 수는 없고, 언젠가 아베 시대도 끝나기 때문에 고치회는 그때 무엇을 할지 지금부터 생각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무상의 언급에 “조금만 참고 정권을 지지해주기 바란다”고 인사말을 건네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당내 3번째로 큰 파벌인 고치회는 4명의 총리와 총재를 배출했으며 현재는 기시다 외무상이 회장을 맡고 있어 ‘기시다파’로도 불린다. 1993년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도 이 파벌에 속해 있다. 고치회는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한국 중국 등과 원만한 관계를 중시하지만 아베 정권하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이 유력하다. 자민당은 앞서 지난달 당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당규 개정안을 가결해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길을 터줬다. 그러나 고치회에선 기시다 외무상의 총재 선거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1월에도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베 시대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