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후보는 북한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입력 2017-04-20 17:46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9일 5당 TV토론에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가”라는 질문에 “(주적 규정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해야 될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적이라는 표현을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문 후보는 이 질문에 더 상세하고 정확한 대답을 했어야 했다. 주적이란 표현이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런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그는 그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1988년 노태우정부 때부터 국방백서는 북한을 적으로 표현했고, 김영삼정부에서 주적으로 바뀌었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적 표현에 대한 시비를 시작했고, 정부는 남북관계를 감안해 이 표현을 삭제했다. 이후 ‘우리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란 표현을 거쳐 이명박정부 이래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답변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색깔론 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색깔론은 당연히 배척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선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지긋지긋한 색깔론이 아니라 후보 검증에 속한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전쟁위기설까지 퍼질 정도로 긴장이 고조돼 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상태인 현재, 250㎞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한의 엄청난 재래식 화력이 밀집돼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군사력 대치 상황이다. 국군통수권자가 되려는 후보가 이렇게 불명확한 태도로 회피한다면 우리 군, 우리 안보는 어떻게 좌표 설정을 해야 하는가.

북한은 우리에게 이중적이고 모순된 지위를 갖고 있다. 헌법과 국가보안법 및 남북교류협력법 등에도 충돌되는 조항이 있다.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이지만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문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20일 “주적 규정은 과거의 일”이라며 “북한은 복합적 관계에 있다.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명한 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통일을 해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문 후보가 이런 발언을 TV토론 당시 왜 즉답으로 하지 않았는지는 중요하다. 뒤늦게 선거 전략상 주워담기 위한 것 아닌가. 북한 문제만 나오면 늘 작아지는 문 후보와 주변 인사들의 안보관이 반영된 것 아니냐, 아직도 화석화된 운동권 시각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뚜렷한 목표와 원칙을 설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균형적 판단과 엄중한 책임감을 갖추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줄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