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양 KGC인삼공사의 수비수 양희종과 서울 삼성 공격수 문태영은 한국프로농구(KBL) 최고의 앙숙으로 불린다. 만날 때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주먹다짐 일보직전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간 적도 많다. 이들이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친다.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둘의 악연은 2012년 1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디펜딩 챔피언 KGC와 우승후보 울산 모비스가 만났다. KGC엔 최고 수비수 양희종이, 모비스엔 국내선수 최고 테크니션 문태영이 있었다. 시즌 초이기에 두 선수는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정면충돌했다. 결국 3쿼터 6분 24초에 사달이 났다. 문태영이 양희종의 수비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거칠게 팔을 휘둘러 양희종의 안면을 쳤다. 양희종은 코트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는 양희종이 문태영의 득점을 6점으로 틀어막은 KGC가 이겼다. 양희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대로 맞았다. 문태영이 플레이가 잘 안되다 보니 큰 동작이 나왔던 것 같다. 다시 그런다면 참지 않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후 두 선수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문태영이 삼성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6강 플레이오프에선 1쿼터 중반 문태영이 슛을 성공시킨 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양희종 위로 넘어졌다. 양희종이 신경질적으로 문태영을 밀쳤고, 두 선수는 더블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양희종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곧바로 이어진 수비에서 문태영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하고 많은 선수들 중 왜 유독 두 선수만 사사건건 대립할까. 농구계에서는 “이들이 공수에서 가장 승부욕이 강하고 매치업 상대에게 지는 것을 못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말 군에서 제대한 양희종은 상대가 짜증이 날 정도로 착 달라붙는다. 팔을 일부러 치는 등 거친 플레이도 불사한다. 이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신경전에 말려들어 플레이를 그르친다. 거칠게 밀어내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올 시즌에도 창원 LG 김종규가 양희종과 부딪쳐 무릎 내측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양희종은 LG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샀다.
문태영은 상당히 다혈질이다. 또 자신이 억울하게 파울을 당하면 서슴없이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편이다. 2010-2012시즌과 2014-2015시즌에는 테크니컬 파울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도 두 선수의 ‘악연’이 화제였다.
삼성 주희정은 “양희종이 원래 착한 선수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티한 수비가 늘었다. 특히 우리팀 문태영에게 심하다. 왜 그런 것인가”라고 물었다. 양희종은 “나도 문태영에게 많이 맞았다. 챔프전 때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몸싸움을 위해)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단련시켜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문태영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전날 오리온을 이긴 뒤 문태영은 공식 인터뷰에서 “양희종이 신경전을 펼치고 더러운 플레이를 한다”고 비난한 뒤 “챔프전에서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22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은 친정 매치, 명가드 출신 감독 매치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 김태술은 2011-2012시즌 KGC의 첫 챔프전 우승 주역이었고, 주희정도 KGC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KGC 김승기 감독과 삼성 이상민 감독은 선수시절 각각 ‘터보 가드’와 ‘컴퓨터 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김 감독은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서 5차전에서 끝내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우리가 정규시즌에서 KGC에 4승2패로 앞섰다. 반드시 우승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만나면 으르렁… 챔프전 ‘앙숙 대결’
입력 2017-04-20 19:18 수정 2017-04-21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