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처음 실시한 스탠딩 TV토론… 개선 여지 많아

입력 2017-04-20 17:45
대선 후보 TV토론이 스탠딩 형식으로 처음 열렸다. 후보별로 시간총량제만 있었을 뿐 사전원고 없이 자유·난상토론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5명은 19일 밤 2시간 동안 생중계된 TV토론에서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90분은 정치·외교·안보와 교육·경제·사회·문화를 주제로 총량제 토론이 이뤄졌다. 각본이 없고 후보 간에 날 선 문답이 오가며 말실수도 나왔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이전 토론회와는 다른 긴장감과 함께 후보의 민낯을 볼 기회를 가졌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청률도 26.4%로 높았다. TV토론이 벼락치기로 치러지고 있는 5·9 조기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첫 도입된 방식이라는 생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토론에서 개선할 점이 여럿 드러났다. 우선 형식상의 문제다. 질문과 답변시간이 나눠지지 않다보니 일부 후보의 경우 해명에 시간을 다 써야 했다. 특히 유력 후보에게만 질문이 집중되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18개, 14개를 받은 반면 심 후보는 하나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시간이 남은 후보들은 계속 다른 후보를 공격하고 답변에 치중해야 하는 후보는 상대에 대한 질문은커녕 본인 공약을 설명할 시간도 모자랐다.

내용면에서도 미흡했다. 경쟁자의 안보관 등을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거 그 후보가 했던 발언을 집요하게 문제 삼으면서 토론이 전반적으로 “과거에 네가 그랬잖아”라는 비난전으로 흘러버렸다. 대북송금특검, 햇볕정책 등 색깔론 공세로 비칠 정도로 과거 이슈만 파고들었다. 이로 인해 당장 절실한 안보위기 해법을 비롯한 집권 후 주요 정책은 부실하게 취급됐다. 상대를 비아냥거리는 말투나 용어도 듣기 거북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TV토론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의 통치 철학과 비전, 능력을 가늠하기엔 부족했던 것이다. 앞으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세 차례 TV토론에도 시간총량제와 스탠딩 자유토론 방식이 적용된다. 지적된 문제들이 보완돼 시청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TV토론이 도움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