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안면 복합조직이식도 건보 적용을”

입력 2017-04-20 05:00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대구 W병원 우상현 병원장(오른쪽)과 환자 손모씨가 지난 2월 24일 손씨 퇴원을 기념해 기자회견하는 모습. W병원 제공

“평생 이렇게 살 줄 알았는데…. 면역거부반응이 생겨 내일 당장 죽어도 좋으니 내 팔로 가족들 손도 잡아보고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네요.”

한쪽 팔을 잃은 예순 남짓의 한 남성이 지난 12일 대구 W병원 우상현(56) 원장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우 원장은 지난 2월 2일 국내 최초의 팔이식 수술에 성공해 세간의 주목을 끈 수지접합 전문의다. 남성은 팔 이식 뉴스를 접하고 멀리 인천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젊은 시절 공사장에서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와 손목 사이가 절단된 그는 40년간 팔 없이 살아왔다.

우 원장은 37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분이 살아온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됐지만 나이도 있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견뎌내기엔 힘들 수 있으니 의지(인공팔)를 하는 게 더 낫겠다고 권했다. 그런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팔 이식을 꼭 받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해 울컥했다”고 말했다.

우 원장의 팔 이식 성공 소식이 전해진 뒤 전국에서 팔 다리 없는 장애인들이 W병원에 몰려왔다. 현재 이식 대기자가 250여명에 달한다. 우 원장은 “이런 절단장애인들의 고충과 처지를 생각해 팔 다리 안면 등 복합조직 이식이 장기이식법의 테두리 안에 하루빨리 들어가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정책 담당자들이 신경써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장기이식법에 단일 장기가 아닌 복합조직 이식을 반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방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뇌사자로부터 첫 팔(왼쪽) 이식을 받은 손모(35)씨는 현재 대구시의 5000만원 후원과 W병원 자체 부담으로 진료비, 약값을 내고 있다. 우 원장은 “건강보험 급여가 안돼 일반 의료수가로 지출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추가로 지원받은 2000만원 중 벌써 1000만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

손씨는 2월 24일 퇴원 후 한 차례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겪은 뒤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신경 재생도 정상적으로 이뤄져 손끝 감각이 돌아오고 공이나 컵, 문고리를 잡는 데 문제가 없다.

우 원장은 국내 의학계가 가보지 못한 길을 처음 여는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그는 “수술 이후 하루도 다리 뻗고 자 본 적이 없다”며 “환자 손의 미묘한 색깔 변화에도 일희일비하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또 자신보다 환자가 더 존경스럽다고도 했다.

“재활치료도 열심이고 정신력이 대단합니다. 평생 먹어야 할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무릅쓰고 수술받은 것은 아마 목숨 걸고 히말라야를 올라가는 산악인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대한수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 원장은 “팔 이식은 우리 ‘촌 병원’에서 시행한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며 “질병과 외상으로 인한 여러 조직 결손을 한번에 재건하는 미래 의학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의사가 ‘법이 바뀌면 수술하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린다면 국내 복합조직 이식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일 것”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