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일단 ‘말폭탄’을 앞세운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25일)이 향후 상황 전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15일)을 넘긴 이후 AP통신, BBC방송, 알자지라 등 해외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한성렬·신홍철 외무성 부상을 비롯해 김영호 외무성 부국장, 김인룡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등 외교관들이 나서서 연일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선제 핵공격’ ‘전면전’ 같은 표현까지 썼지만 현재로선 추가 도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소규모 인원이 배구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16일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실험장 곳곳에서 배구 경기를 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이어간 미국도 추가적인 군사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9일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에서 “미국은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반격을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CNN방송에 “북한이 우리 메시지를 알아듣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중국 등 한반도 비핵화에 진력하는 모든 나라의 메시지를 계속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양측이 강경 발언을 통해 ‘기싸움’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화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이 중국 역할을 부쩍 강조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시간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이 1.5트랙(반민반관)이나 2.0트랙(민간)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물론 북한의 무력 도발 개연성은 상존한다. 특히 인민군 창건일을 전후한 ‘축포성’ 도발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체제 존엄 훼손 발언이나 행동이 있을 시에는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은 이날 도쿄에서 제9차 안보회의(DTT)를 열어 사드(THAAD)가 대북 방어조치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보복 중단을 촉구했다.
김현길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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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던 한반도 긴장, 일단은 숨고르기
입력 2017-04-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