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석연찮은 주장으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오염도 조사 결과의 공개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둘러싼 소송을 심리해 온 모든 법원은 “환경부가 용산 미군기지 내부 18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18곳은 조사 계획이었을 뿐 실제로는 14곳만 조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의 조치는 대법원 확정판결 내용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 대법원이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은 ‘용산기지 내부 16개 지하수 관정에 대한 시료 채취 결과’의 공개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14곳의 조사 결과만을 19일 공개한 상태다.
환경부는 이날 국민일보가 환경부의 정보공개 범위를 “지하수를 채취한 18곳 가운데 4곳의 분석 결과가 누락된 정보”라고 보도(국민일보 4월 19일자 1면 보도)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하수의 시료채취 및 분석은 14곳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4곳의 분석이 누락됐다는 해석은 틀렸다는 주장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18곳을 계획했지만 직접 들어가서 확인했을 때 14곳만 시료 채취가 가능했고, 그 14곳만 분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환경부 장관 간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지난해 6월 “환경부가 환경기술 전문가 5명을 선발해 2015년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용산 미군기지 내부 18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그 성분분석을 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는 재판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과 증거능력이 인정된 서증들에 기반한 사실관계였다.
환경부는 이날 국민일보에 “18곳이 아닌 14곳만을 조사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소송 진행 중 재판부에 제출·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소송 경과가 담긴 2심과 3심 판결문에서도 그러한 주장은 드러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주문한 정보공개 범위와 실제 조사 범위가 달랐다면 항소심에서도 큰 다툼이 있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에 18곳이라고 적시됐다면 객관적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도 14곳이라는 숫자가 큰 다툼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온 민변 측도 “환경부가 재판 중 ‘14곳만 조사를 시행했다’는 주장을 펴지 않았다”고 했다.
애초 14곳만 조사했다면 이의가 이뤄졌어야 할 대목은 더 있다. 법원이 환경부에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대상은 ‘2015년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수행된 서울 용산기지 내부 16개 지하수 관정에 대한 시료 채취 결과’다. 하지만 환경부가 이제와 14곳만 조사했다고 주장하면서, 환경부는 대법원의 확정판결마저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 기속력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판결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미군기지 오염조사’ 판결문 부인하며 말 바꾼 환경부
입력 2017-04-2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