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흰 우유 소비량이 증가했지만 유업체는 웃지 못하고 있다. 원유가연동제에 가격이 묶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묶음팔기 등으로 얻어낸 허수(虛數)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140만5000톤, 2013년 139만2000톤, 2014년 135만6000톤, 2015년 134만5000톤으로 매년 줄어왔다. 다만 지난해 국내 흰 우유 소비량은 138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도 2014년 26.9㎏, 2015년 26.6㎏에서 지난해 27㎏으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반대로 우유 생산량은 2014년 221만4000톤에서 지난해 207만톤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수치만으로는 침체된 흰 우유 시장이 작게나마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묶여 가격 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1+1’ 등 행사로 제품 판매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흰 우유 특성상 원유를 오랜 시간 보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에서 즉각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분유 등으로 가공해 보관해야하지만 원유 전체를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업계와 유업체간의 협상과정에서 원유공급중단·시위 등 문제가 이어지자 정부가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도입한 제도다. 현재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결정된 원유 가격은 ℓ당 922원이다.
문제는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뿐 시장상황과 수요 등은 가격 책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늘고 소비가 줄면 가격을 줄여 탄력적인 시장운영에 나서야 하지만 제도에 묶여 불가능했다. 여기에 2002년 각 낙농가와 개별적으로 맺은 원유생산쿼터제로 계약된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한다.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가격은 내리지 못하고 원유까지 할당 구입해야 하는 이중고인 셈이다.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연간 100억원 이상의 흰 우유 적자를 보고 있다. 가공유와 분유 수출, 사업다각화, 원유생산량 조절 등으로 흰 우유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유업체 관계자는 “직접적인 조정이 어려운 만큼 1+1이나 묶음할인 판매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소비량이 늘었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1+1은 돼도 할인은 안되는 우유, 원유가연동-생산쿼터제에 발목
입력 2017-04-23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