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통해 홀로서기 능력 갖게 됐어요” 집념으로 장애 극복한 폴리텍大 3인방

입력 2017-04-19 21:02

“장애 때문에 가족도 날 포기했지만 열심히 기술을 익혀 자립하고 싶다. 그리고 당당히 부모님을 찾고 싶다.”

지적장애 3급인 권혁경(27)씨는 지난달 폴리텍 달성캠퍼스 스마트전자과에 입학했다. 권씨의 폴리텍대학 입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장애를 불편해하던 가족과 헤어진 이후 장애아동 보호시설, 장애특수학교,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 의존하며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나온 장애인 복지시설은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다. 권씨가 최근 빠져 있는 전자회로기초 수업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지도교수에게 몇 번씩 되묻는 수고를 되풀이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은 기술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자립하게 되면 부모님도 찾고,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여자친구와 가정을 이루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권씨의 지도교수는 19일 “권씨 같은 장애를 갖고 자격증 따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광정밀에서 일하는 홍준석(24)씨는 금형 분야 전문 엔지니어다. 그에게는 시끄러운 기계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2급 청각장애가 있어서다. 그러나 홍씨에게 장애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홍씨는 아버지 권유로 직업전문학교에서 기계공작을 배워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하고 작은 기업에 취업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2년 전 폴리텍 청주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했고, 지도교수 입 모양만 바라보며 공부한 끝에 졸업도 하기 전 전문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홍씨는 “조용한 세상에서 기계에 집중하며 내 손끝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뿌듯하다”면서 “현장의 최고 기술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도 대기업 취업까지 성공한 청년도 있다. 임교훈(30)씨는 어릴 때 사고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았다. 실업고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멀티미디어 공부를 위해 폴리텍대학에 입학, 다시 공부한 끝에 삼성전자에 공채로 합격했다. 임씨는 “장애에 불만을 갖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온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