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의 흡연율 음주율 비만지수가 전국 최고였다.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점을 노린 밀입국 사범도 대거 적발됐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닌 천혜의 관광지이지만 시민의 삶은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만 19세 이상 성인 22만845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지역사회 건강조사를 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가 현재흡연율과 고위험음주율, 운전석·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고 19일 밝혔다.
제주의 고위험음주율은 21.9%로 가장 낮은 세종시(15.3%)보다 6.6% 포인트 높다. 고위험음주율은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 술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사람의 비율이다. 제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지역이 좁아 친인척이 근처에 많고 동문·직장 등 모임이 많아 음주 회식이 잦은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서울 등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장시간 음주를 해도 운전 부담이 작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석·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도 제주가 각각 72.8%, 8.2%로 가장 낮았다. 보건소는 외곽도로 등 한적한 도로가 많은 데다 관광하는 기분에서 주의하지 않은 채 운전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현재흡연율도 제주가 26.6%로 가장 높다. 보건소 관계자는 “관광지가 많은 제주의 특성도 없지 않다”면서 “전년도보다 흡연율이 5.4% 포인트 증가한 점은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서 비만 및 고도비만인 이가 가장 많은 곳도 제주였다. 20세 이상 제주시민 42.09%가 비만, 7.34%는 고도비만이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제주는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가 전국 1위로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퇴근 거리가 짧고 신체활동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연 절주 걷기를 모두 실천하는 건강생활실천율이 지난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이 제주(4.6% 포인트 상승)라는 점이다. 건강생활실천율이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는 서울(40.1%)이고, 제주는 25.1%로 12위다. 시·군·구 중에서는 강원도 철원군(51.9%)이 1위다. 건강생활실천율 전국 중앙값은 2008년 34.3%보다 7.2% 포인트 감소한 27.1%로 조사됐다.
제주는 무비자 입국 제도를 악용하는 외국인들의 불법입국 통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13일부터 8주간 제주도를 통해 내륙으로 무단이탈한 외국인과 브로커 45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무늬만 건강특구? 제주의 역설
입력 2017-04-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