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이번엔… 한국당, 바른정당 ‘의원 탈당’ 유도

입력 2017-04-19 18:11
보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의원들의 원대 복귀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의원들의 탈당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자(嫡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바른정당은 “탈당은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라면서도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바른정당 일부 의원과 비밀리에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소 4명의 의원이 한국당 복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다른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유승민 후보를 사퇴시키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할 경우 한국당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의원 빼내가기’가 아니라 보수를 지켜야겠다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정당한 회군”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이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벽에 막히자 바른정당 의원 탈당 유도로 전략을 바꿨다. 바른정당을 분열시켜야 보수표가 한국당에 쏠릴 것이라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바른정당에서 탈당 가능성이 높은 의원 10명의 리스트를 확정하고 물밑에서 개별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트에 오른 바른정당 의원과 가까운 한국당 의원이 맨투맨 접촉을 통해 탈당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당 주변에서는 바른정당에서 탈당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의 실명도 나돌고 있다.

홍준표 후보 측 인사는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은 솔직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탈당했던 사람들”이라며 “반 전 총장이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고 바른정당이 ‘김무성·유승민 당’으로 고착되자 그 당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전날인 29일 이전에는 탈당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는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한국당이 별짓을 다 한다”면서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분열시키기 위해 근거 없는 헛소문을 퍼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일부 의원이 홍준표 후보와 가까이 지낸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다. 가뜩이나 유승민 후보 거취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부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바른정당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대선 전 탈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만약 일부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간다면 그 의원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