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내각부 홈페이지에 등록된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가 작성한 보고서(사진)를 최근 홈페이지에서 지워버렸다. 사라진 보고서는 17세기 에도시대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재해를 소개하고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2003년부터 8년간 작성된 것으로 조선인 학살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내각부가 삭제한 보고서의 제2편에는 ‘살상사건의 발생’이란 부분이 등장하는데, 관동대지진으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이 10만5000명 이상이며 이 중 일부는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
보고서는 또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고 적으며 “대상자 중엔 조선인이 가장 많았고 중국인과 내지인(일본인)도 수는 적었지만 살해됐다. 대규모 재해 시에 발생한 최악의 사태”라고 기술했다.
한편 보고서 삭제를 놓고 문제 제기와 비판이 일자 일본 내각부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많았다는 옹색한 이유를 들며 “(보고서 열람) 희망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를 포함한 간토(關東)지방을 강타한 규모 7.9의 대규모 지진이다. 극도의 혼란 상황에서 관헌과 군·경, 자경단이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해 6000여명의 재일 조선인을 찾아다니며 학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쥬고엔(15엔)’을 말하도록 시켜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사람을 조선인으로 간주해 살해하기도 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아베의 역사세탁…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보고서 삭제
입력 2017-04-2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