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는 아빠 늘었지만… 60%가 대기업

입력 2017-04-20 05:00

정모(35)씨는 야근이 잦다. 야근조일 때면 퇴근 시간이 새벽 1시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들은 아빠를 기다리며 그 시간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특히 정씨가 유치원에 데리러 갈 때와 야근으로 가지 못했을 때 아이의 태도나 기분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안 뒤 고민이 커졌다. 결국 정씨는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정씨는 “아이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후회는 없다”면서 “다만 나는 아내와 맞벌이여서 육아휴직을 결심할 수 있었는데, 보통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기에는 육아휴직급여가 너무 적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둘째가 태어난 김모(38)씨는 아내의 육아부담을 덜고, 부부가 함께 자녀 교육 문제를 공유하겠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그러나 막상 남성육아휴직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조건은 어떤지, 육아휴직 후 회사 생활은 괜찮을지 등의 정보를 구하는 것부터 막막했다. 김씨는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아직 어려운 분위기인데, 실제 사용 사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처음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10%를 넘어섰다. 다만 남성육아휴직자 10명 중 6명은 대기업 소속으로 나타나 중소기업 여건은 아직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 확산을 위해 육아휴직급여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지난해 1분기(1381명)보다 54.2%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2만935명 중 10.2%를 차지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10%대가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스웨덴(32%) 독일(28%) 노르웨이(21.2%) 덴마크(10.2%) 등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과 대기업 등 특정 조건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몰려 있는 현상도 여전하다. 남성 육아휴직자 절반 이상(61.2%)이 서울(907명)과 경기(395명)에 몰려 있었고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은 59.3%였다. 30인 미만 기업(17.9%),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9.6%) 등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육아휴직자는 아직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직장 문화를 고려할 때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남성 육아휴직 확산이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육아휴직급여 지급률과 하한액 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게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지원하는 ‘아빠의 달’을 지난해 3개월로 늘린 결과, 이용자 수가 94%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도 “매년 하한액 수급자가 감소 추세인 점, 중소기업 남성 육아휴직 확산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하한액을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은 69만6000원이었으며 하한액(50만원) 수급자는 6%에 불과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