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못 먹는 감’ 스냅챗과 경쟁 나섰나

입력 2017-04-20 05:03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F8) 기조연설자로 나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증강현실(AR)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냅챗(Snapchat)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면이 많아 스냅챗 따라하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냅챗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던 페이스북이 스냅챗과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F8) 기조연설자로 나서 “카메라를 AR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으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를 실제 사물에 덧댄다”면서 “개발자들에게 AR 개발 도구를 제공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카메라 이펙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앱에서 카메라를 실행하면 다양한 효과를 적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다. 외부 개발자들이 효과를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 스냅챗이 외부 개발자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것과 반대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 스페이스’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친구가 가상의 공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효과를 VR 기기로 체험할 수 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F8의 진짜 메시지는 스냅을 분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저커버그가 발표한 내용이 스냅이 목표로 하는 방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카메라 필터와 일정 시간 이후 삭제되는 기능을 앞세운 스냅챗은 미국 10대가 가장 사랑하는 메신저다. 스냅챗은 지난해 사명을 스냅으로 변경하고 AR 기능이 탑재된 안경 ‘스펙터클’을 공개했다.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AR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스냅은 스스로 ‘카메라 업체’라고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페이스북도 AR 안경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커버그는 일찌감치 스냅챗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SNS가 사진 중심으로 갈 것을 예견하고 인스타그램을 사들였던 저커버그는 2013년 스냅챗을 30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는 이를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스냅챗과 유사한 기능을 자사 서비스에 넣으며 스냅챗 견제에 나섰다. 24시간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일일 사용자수는 2억명으로, 약 1억6000만명인 스냅챗을 넘어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