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해군의 어머니’로 살아온 홍은혜(사진) 해군중앙교회 원로권사가 19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홍 권사는 대한민국 해군 창설자 고 손원일(1909∼1980) 제독의 부인으로 매주 금요일 새벽 영락교회에서 모임을 갖는 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의 성경공부에 참석하는 등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해군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사건 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역경의열매’를 20회 연재할 때는 “차디찬 바닷속에 있을 우리 45명의 해군들을 위해 매일 눈물을 쏟으며 부르짓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홍 권사는 가뭄이 심하던 1917년 여름 강한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마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하나님의 은혜로 비가 내렸다”며 감사의 뜻으로 ‘은혜’란 이름을 선물했다.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음악과에서 공부했고 정동교회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손 제독을 만나 22세에 결혼했다. ‘바다로 가자’ 등 해군가를 작곡했고, 해군 부인회를 이끌며 부인들과 함께 삯바느질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함정인 백두산함을 구입하는 데 일조했다. 전쟁과부들을 보살폈고 해군들의 믿음의 훈련장인 원일다락방을 세우는 데도 앞장섰다.
홍 권사가 믿음 하나만 부여잡고 살아온 데는 시아버지 고 손정도 목사의 영향도 컸다. 홍 권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걸레의 삶’을 강조한 시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비단옷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야. 걸레는 하루만 없어도 집안이 엉망이 되잖아. 그만큼 중요한 도구야. 걸레와 같은 삶을 택해 불쌍한 우리 동포들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어.”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35호)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거행된다. 장지는 손 제독이 안장된 서울현충원이다.
최현수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해군의 어머니’ 홍은혜 권사 별세
입력 2017-04-2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