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은 가라”… 거스름돈 대신 카드에 적립한다

입력 2017-04-20 05:01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한국은행 차현진 금융결제국장이 1900원짜리 커피를 집어들고 퇴계 이황 선생이 그려진 1000원권 지폐 2장을 냈다. 거스름돈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100원짜리 동전. 차 국장은 장군의 얼굴을 뵙는 대신 교통카드를 내밀었다. 동전 대신 카드에 100원어치를 충전했다.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은행이 시연을 했다.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동전 말고 각종 페이의 포인트나 교통카드로 충전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처음부터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 기록이 남지 않는 현금 결제의 내밀한 장점을 사랑하는 이들이 꽤 많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주로 신용카드로 거래되지만 편의점은 아직 현금 결제 비중이 50%에 이른다.

시범사업은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CU 세븐일레븐 위드미 등 전국 2만3050개 매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부 사업자는 추가 정비가 필요해 신한카드의 신한FAN머니는 5월부터 CU에서 가능하다. 롯데멤버스의 엘 포인트로 세븐일레븐에서 충전하려면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통카드인 T머니로 CU에선 잔돈 충전이 가능하지만 세븐일레븐에선 안 되는 등 일부 혼선도 예상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범사업이라 그렇다.

그럼에도 한은이 동전 없는 사회를 모토로 내거는 이유는 연간 600억원에 육박하는 동전 제조비용 때문이다. 10원짜리 만드는 데 20원 이상 소요되는 실정이다. 구리 48%, 알루미늄 52% 합금에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큰돈 들여 만든 동전이 잘 유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집안 책상서랍에 굴러다니는 등 동전 환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은은 매년 전국 은행 지점과 함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은은 2단계로 거스름돈을 국민 각자의 계좌에 바로 넣어주는 결제 방식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비용 시간 수수료 등에서 가장 우수한 방식이며 또 국민 다수가 선호하는 형태다. 시범사업 가운데 하나머니와 신한FAN머니는 은행 ATM을 통해 현금처럼 뽑아 쓸 수 있는데, 아직은 은행이 전면적으로 나선 게 아니고 카드사의 포인트를 연동한 수준이다.

전통시장과 노점상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현금이 더 많이 쓰인다는 아이러니도 해결해야 한다. 한은의 지난해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현금 이용 장소 1번이 노점상(29.3%)이었다. 이어 편의점(24.4%) 재래시장(22.2%) 순이었다.

100원 충전을 시연한 한은의 차 국장은 “궁극적으로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라기보다 동전 덜 쓰는 사회(less coin society)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재래시장과 편의점 사이 디지털 격차에 대한 보완책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