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차하면 부메랑”… 각 캠프 ‘고정 이미지’ 딜레마

입력 2017-04-20 05:00

주요 대선 후보 5명은 ‘양날의 검’을 쥐고 대선을 치르고 있다. 극성 팬덤과 정치적 이미지, 막말 등은 이들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계속될수록 ‘양날의 검’이 한계 요소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는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견고한 지지층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국민의당의 4·13총선 약진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판으로 정치판이 크게 출렁이는 중에도 25% 안팎의 지지율로 문 후보를 방어했다. 이들은 문 후보의 미담을 적극 발굴·전파하고 경쟁 상대의 공세에 대응하며, 문 후보를 ‘1등 주자’로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와 캠프에 대한 과격한 공격으로 반감을 샀다. 특히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 등은 도를 넘어섰다는 평이 많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문재인 후보 측의 태도가 사람을 질리게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은 19일 “문 후보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문자 폭탄이 쏟아졌는데, 일부 메시지에는 몸이 떨릴 정도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문 후보 측도 이들의 행동이 확장력을 가로막는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그러나 통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일부 핵심 인사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는데 ‘너희 할 일이나 잘하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는 ‘새정치’가 계륵 같은 존재다. 새정치는 정치인 안철수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미지로 2012년 ‘안철수 현상’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이후 박지원 대표와 천정배 전 공동대표,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이 당 지도부를 이끌면서 새정치 이미지와 멀어졌다. 오히려 민주당이 안 후보를 공격하는 무기로 ‘새정치’를 사용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안 후보를 비판할 때마다 “그것이 새정치냐”고 몰아세우고 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안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새정치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미래’와 ‘혁신’ 등을 새로운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지만 새정치만큼 유권자의 귀를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야-야 대결’로 굳어지고 있는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거침없는 강성 발언으로 연일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보수의 선장’을 잃은 상황에서 ‘막말’만큼 확실한 ‘뉴스거리’가 없다는 평가고, 홍 후보가 의도적으로 발언의 수위를 높인다는 분석도 많다. 홍 후보는 전날 “문재인이 집권하면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된다”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등 논란성 발언을 쏟아냈다. 문제는 홍 후보의 막말로 인한 보수 재결집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홍 후보가 문 후보를 공격하면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고, 안 후보를 공격해도 홍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딜레마다. 홍 후보는 ‘10분이면 문재인을 제압할 수 있다’며 ‘현피(현실에서의 싸움) 승리’를 자신했지만 지난 13일 SBS 대선 후보 토론회 결과는 홍 후보의 승리라고 보기 어려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는 ‘대선 완주’가 당의 존명을 가를 숙명적 딜레마다. 유 후보가 10% 미만 득표율로 완주하면 바른정당은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가 굳어질수록 단일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신생정당 후보인 유 후보와 군소정당 후보인 심 후보가 대선에서 명분 없이 하차할 경우 정당의 존립기반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이들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더 집중되는 이유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