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음센터. 유지영(12·자폐성 장애 2급)양이 홀로 무대에 올라왔다. 준비한 곡은 바하의 미뉴에트 3번. 때론 음이 끊겼고 속도도 느려졌다 빨라졌다 했다. 무대 아래 피아노에서 협연 중이던 피아니스트 국선영(47·차지우 단원 어머니)씨가 그때마다 완급을 조절하며 매끄럽게 하모니를 맞췄다. 연주를 마친 지영양이 첼로에서 활을 떼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가 회생한 발달장애인 첼로앙상블 ‘날개’가 후원자들을 위해 마련한 감사콘서트 현장(사진). 주제는 ‘날개, 꽃길만 걷자’였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지난 4개월은 음악을 통해 자립의 꿈을 키워왔던 발달장애우와 가족들에게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날개’의 꿈을 응원해 준 후원자들과 연간 1억원이 소요되는 운영비 일체를 지원키로 한 ㈜코리안리재보험 덕분에 단원들이 합주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20명의 단원들은 리처드 로저스의 ‘에델바이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피지카토 폴카’ 등 7곡을 연주했다. 초반의 쭈뼛쭈뼛하고 산만하던 움직임은 온데간데없이 오새란(37) 음악감독의 지휘에 따라 20개의 활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차지우(19·지적장애 3급) 군은 어떻게 처음 활을 잡게 됐느냐는 질문에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첼로가 가장 아름다웠다”며 웃었다. 어머니 국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자기 시야에 머물지 않고 타인을 보며 다른 단원의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건 사회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는 의미”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기영 기자
다시 날아오른 발달장애인 첼로앙상블 ‘날개’
입력 2017-04-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