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봉, 정든 배구코트 작별… 제2 전성기 누리던 42세 ‘원조 거미손’

입력 2017-04-19 18:25

제2의 전성기를 누리던 42세의 ‘원조 거미손’ 방신봉(42·사진)이 20년 만에 정든 배구 코트에 작별을 고했다.

한국전력은 19일 베테랑 센터 방신봉이 현역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방신봉은 지난 18일 새 사령탑에 오른 김철수 감독에게 은퇴 의사를 전했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방신봉은 실업배구 시절이던 1997년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단해 배구 코트를 누볐다. 198㎝의 큰 신장을 활용한 철벽같은 블로킹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에는 LG화재(현 KB손해보험)로 팀을 옮겼고, 이듬해 블로킹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 센터임을 입증했다.

2007-2008 시즌이 끝난 뒤 방신봉은 팀 리빌딩에 착수한 구단의 요구에 따라 한 차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은퇴 후에도 배구 코트에 복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결국 1년 뒤인 2009년 한국전력을 통해 복귀에 성공한 방신봉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0-2011시즌 블로킹상을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올스타전에 선발돼 최고령 출전 기록도 갈아 치웠다.

방신봉은 V리그 통산 357경기에 나서 블로킹 득점 718개(역대 3위), 한 경기 최다 블로킹(11개·공동 1위), 한 세트 최다 블로킹(6개·공동 1위)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36경기에 출전해 47개의 블로킹(세트당 0.37개)을 성공시키며 한국전력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도왔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했다. 홍익대 재학 시절이던 1995년 ‘황금방패’로 불렸던 방신봉은 대표팀에 센터로 승선해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일본전에서 연이은 블로킹으로 대표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이후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는 올림픽 본선을 밟았고, 1998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금메달을 차례로 목에 걸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