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으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최근까지 인도양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한반도로의 이동배치 계획을 공개한 이후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정작 칼빈슨호는 열흘이 넘도록 한반도로 출발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이 혹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에 맞춰 6차 핵실험을 했더라도 한반도로부터 5600㎞ 거리에 있던 칼빈슨호가 아무런 대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에 미 당국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허위 발표를 했거나 의도적으로 허세 전술을 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18일까지 호주 북서쪽 해상에 머물렀다. 싱가포르를 출발한 뒤 호주로 가는 대신 항로를 바꿔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으로 이동한다고 미 태평양사령부가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인도양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 다나 화이트는 이날 “칼빈슨호는 이제 막 서태평양을 향해 북진을 시작했다”고 말해 칼빈슨호가 계속 인도양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칼빈슨호는 이르면 25일쯤 뒤늦게 동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 당국의 발표를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백악관은 칼빈슨호 이동이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강력한 함대를 보냈다”고 말했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칼빈슨호 전진배치는 억지와 주둔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에 대해 당장이라도 군사력을 사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 행동은 군사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WP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던 또 다른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중동 지역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만 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일본 매체 등을 인용해 니미츠호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항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칼빈슨호의 조속한 배치는 우리 안보에도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당국이 지난 열흘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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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더니… 美 항모 칼빈슨호 ‘허세 전술’ 논란
입력 2017-04-2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