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울타리를 뛰어넘자”… 유통업체 PB제품의 반란

입력 2017-04-20 00:03
CJ오쇼핑이 PB 상품으로 시작했던 ‘셉(SEP)과 지난달 11번가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푸드 ‘올반’(오른쪽). 각 사 제공

유통업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보였던 PB(자체 제작 브랜드) 상품이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채널 안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브랜드들이 울타리 밖에서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CJ오쇼핑은 대표 뷰티 브랜드 ‘SEP(셉)’을 TV홈쇼핑 등 자체 유통 채널 판매용 브랜드(PB)가 아닌 별도 독립 브랜드로 육성시킨다고 19일 밝혔다. 셉은 2008년 론칭 이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브랜드다. 당시 CJ오쇼핑은 TV홈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채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손대식 박태윤 김승원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를 내놨다. 이 브랜드는 마스크팩, 파운데이션, 클렌저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됐다.

CJ오쇼핑은 지난해 9월 ‘미래성장본부’를 신설하고 독립 브랜드 운영을 위한 BM(브랜드매니저) 조직을 마련,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해 왔다. 셉은 자체 브랜드 홈페이지와 CJ몰 외에도 11번가, H몰, 미미박스, 오프라인 매장 올리브영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면세점 등으로 판매망을 늘려갈 계획이다.

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이 운영하는 PB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 등도 최근 HDC신라면세점에서 운영하는 아이파크인터넷면세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처음 출시한 뒤 매출 10억원을 돌파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와의 협업 PB 제품 ‘라운드어라운드 바나나맛우유’ 보디 제품도 선보인다.

PB 제품은 유통 채널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와 협업해 만들어내는 상품으로 다른 채널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자체 유통 채널을 넘어 단독 브랜드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와 이마트가 가장 활발하다. 지난달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내 채널에서 운영하던 피코크를 오프라인 경쟁점인 AK플라자 분당점 식품관에 처음으로 공급했다. 지난해 3월 쿠팡을 시작으로 SK플래닛 시럽, 카카오, 롯데홈쇼핑,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채널도 확대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올반’은 지난달 유통 경쟁사인 현대홈쇼핑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고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채널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제품을 꾸준히 접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다양한 곳에서 구입을 원하는 요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높여둔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양한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판매처를 확대하는 것이 브랜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