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실시하자고 전격 요청한 것은 ‘포스트 브렉시트’를 위한 고육책이다. 그는 각계의 조기총선 요구에도 정기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해 왔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정국을 한 번 정리하지 않고서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총리 집무실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에서) 의회 내 분열은 영국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조기총선이 필요하다. EU와 (브렉시트) 세부 협상을 하기 전인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브렉시트 협상이 공식 시작됐지만 야권의 발목잡기로 정부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있어 국민의 신임을 묻는 조기총선을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EU를 떠나고 있으며 되돌아올 수도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돈과 법률,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할 것을 의미하며 자유롭게 새로운 무역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올바른 접근법이고 국익에 부합하지만 다른 정당들은 반대한다”며 “우리가 총선을 하지 않으면 정치 게임은 계속될 것이고 EU와의 협상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금 여야 의석수와 정치 구도로는 EU와의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판을 흔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과반인 330석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최근 여론조사업체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 지지율이 38∼42%로 23∼29%인 노동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신임을 묻는 총선을 하면 의석수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제1야당은 곧바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국민 다수의 이익을 앞에 놓은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는 기회를 국민에게 주는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지방정부를 이끄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는 “영국을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오른쪽으로 몰고 가려는 총리의 욕심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스코틀랜드를 위해 일어서라”고 유권자들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U와 세부 협상 전 전열 정비 ‘브렉시트 돌파’ 판 흔들기
입력 2017-04-19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