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내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 발암물질 검출 사실이 확인됐지만 원상회복에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회복 책임을 ‘오염자’인 미군이 아니라 한국 정부나 지자체가 떠안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반환 미군기지 내 오염 정화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왔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 지난해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반환 대상 미군기지 80곳 중 52곳이 반환됐고, 정부는 환경정화 비용으로 2000억원을 사용했다.
원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이 비용을 부담했어야 하지만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환경위험에 대한 특별양해각서’를 내세워 부담을 회피했다. 해당 양해각서는 ‘주한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고 돼 있다. 미군은 이 조항을 근거로 기지 내 오염이 실질적인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온 것이다.
이번에도 주한미군 측에 원상회복을 명령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미군이 기지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미군에 오염 조사 및 정화를 강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미군은 1990∼2015년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에 대해 한국 정부에 제대로 통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올해 말까지였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내년 이후로 자꾸 늦춰지는 것도 악재다. 이전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환경오염 문제를 비롯한 구체적 반환 협상 역시 뒤로 밀리고 있다.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는 당장 오염 실태조사와 오염 정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군과 논의 테이블이 열리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서울시는 SOFA 한국 측 대표인 환경부에 보낸 공문에서 시민단체 발표 오염사고 84건을 포함한 모든 오염사고 현황 공개 및 즉시 정화 수행, 한·미 환경공동실무협의회 개최, 반환 전 기지 내 정화 후 온전한 반환 등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미군이 기지 반환 전 오염 정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지 주변 유류 오염의 경우 미군이 인정하지 않는 데다 정화 주체가 따로 없어 서울시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정화작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시는 오염된 지하수 정화비용으로 2014년까지 51억원을 지출했고, 올해도 약 5억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유류 오염의 외곽 확산 감시를 위한 수질 모니터링 장소도 당초 19곳에서 4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한미군은 18일 “이번 사안에 대해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김현길 김남중 노용택 기자,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심각한 용산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오염자인 미군 아닌 한국서 낼 가능성
입력 2017-04-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