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KDI 올 성장률 전망 올렸지만… 봄날은 아직

입력 2017-04-19 05:02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동시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가 경기부양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본격적인 경기 훈풍을 기대하기에는 부진한 내수와 소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IMF는 18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7%로 0.1%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률도 무역 회복세에 힘입어 3.5%로 기존보다 0.1% 포인트 올렸다. KDI도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지난해 12월 제시)에서 2.6%로 높였다. 매년 두 번 경제 전망치를 내놓는 KDI가 그해나 이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기는 2013년 11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긍정적 경기 판단의 이면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가 자리 잡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수출이 좋아지자 관련 투자도 늘었다.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해 올 2월까지 10%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에서 절반 가까이를 기여했던 건설투자 역시 꺾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도 교역량 증가와 함께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본격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성장률을 왜곡할 만큼 호황 국면이기 때문이지 전체적으로 본격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KDI도 성장률 상향 조정이 본격적 경기 회복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DI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할 만큼 경기 위험요소가 컸는데 지금은 그럴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일 뿐”이라며 “경기가 치고 올라간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내수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5%로 2% 이상을 기록한 지난해 1∼3분기보다 낮았다.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내수산업의 주축인 서비스업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KDI는 소비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소득 정체를 지목했다.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실질소득증가율은 7년 만에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134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소비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증가율이 2.0%로 지난해(2.5%)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거나 북핵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산되면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태 부장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려면 현재 부진한 주력 산업과 서비스업 두 축이 살아나야 한다”며 “반도체 등 일부 특수 업종 호황은 산업 부문에서만 작용할 뿐 경제 전체에 온기를 돌게 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