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점잖은 관객들 혼 쏙 빼놓는 재미에…” [인터뷰]

입력 2017-04-20 00:00
다음 달 서울을 시작으로 충주, 청주에서 연이어 공연을 여는 가수 전인권. 그는 "가수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며 "많이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인권컴퍼니 제공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촛불이 넘실대던 지난겨울 광화문광장. 칼바람을 뚫고 집회에 모인 수십 만명은 한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걱정말아요 그대’. 한국 록의 전설 전인권(63)이 2004년 발표한 이 곡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에 삽입돼 다시금 회자된 데 이어 참담한 시국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국민 위로곡’이 됐다.

다음 달 6∼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전인권의 단독 콘서트는 이 곡 노랫말 일부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지난해 힘겨운 시기를 이겨낸 사람들이 새 봄, 새로운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아 전인권이 직접 붙인 제목이다. 제19대 대선 직전 열리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읽힌다.

공연을 십여 일 앞둔 18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인권은 “지난해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화를 걸어 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문구를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물어 허락을 했더니 시청 앞에 두세 달을 붙여놓더라. ‘이거 좋은 말이구나’ 싶어서 공연명으로 정하게 됐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의 ‘걱정말아요 그대’ 떼창을 마주했을 당시 소감도 덧붙였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지난 3월 세 차례나 촛불집회 무대에 섰던 그는 “그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같이 불러줄 때 정말 아주 큰 감동이 왔다”며 “사람들의 허전하고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노래여서 그런지 굉장히 열광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들국화 시절 명곡과 솔로 활동곡, 전인권밴드 발표곡 등을 아울러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솔로로는 처음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했다. 전인권은 “3∼4층까지 있는 그 큰 공연장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점잖게 앉아있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을 때 재미가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979년 그룹 ‘따로 또 같이’로 데뷔한 전인권은 1985년 주찬권(드럼)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 조덕환(기타)과 밴드 들국화를 결성해 활동했다. 팀을 떠나 솔로로 활동한지 올해 30주년이 됐다.

전인권은 “군부독재시대였던 들국화 활동 당시에는 안간힘을 써가며 음악했다. (방송 출연이 막혀) 밤업소 공연만 하다 가수생활을 마감하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견주어도 꿇리지 않는다”면서 “6월 새 앨범을 낼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드디어 꿈을 이룬 것 같다”고 했다.

때마다 정치적 소신을 숨기지 않았던 전인권은 자신이 바라는 대통령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깨끗하고 남의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지도자였으면 합니다. 지도자가 좋으면 (국민도) 닮아가기 마련이거든요. 머리 쓰는 사람은 재미없어요. 깨끗하게 자기 소신을 밝히는 사람이 좋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