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린 강원도 농민 부부가 검찰에 고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적장애 3급인 이모(53)씨를 임금 없이 농사일을 시키고 이씨의 기초생활수급비 총 1700만원을 사용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A씨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지방자치단체와 장애인단체 등 협조를 받아 이씨를 안전한 시설로 옮겨 긴급구제 조치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이씨를 10여년간 자신의 집 행랑채에 머물게 하면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시켰다. 고추 하우스 4동과 가축 돌보는 일도 하도록 했다. 임금은 주지 않았다. A씨 부부는 나중에 소 2마리를 준다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 이씨가 노인정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이씨의 통장과 직불카드, 장애인 신분증 등을 직접 관리했다. 이씨 동의 없이 직불카드로 총 475차례에 걸쳐 1700만원 상당을 사용했고 자신들의 대출금 이자와 신용보증료 상환을 위해 480만원을 썼다.
인권위에 이씨 사건을 진정한 주민은 “이씨는 몇 년 전 넘어져 다친 이후 예전처럼 잘 움직이지 못한다”며 “이씨가 일이 힘들어 가끔 도망을 갔지만 그때마다 A씨가 이씨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이씨가 A씨 부부에게 맞아 몸에 멍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인권위에 진정하기로 결정했다.
A씨 부부는 인권위 조사에서 “B씨의 통장과 카드를 관리하다 돌려줬고, 밥도 주고 영양제도 사주고 치료를 해주는 등 돌봐준 것”이라며 “A씨가 집안일을 거들어주기는 했지만 인건비를 줄 정도는 아니며 몸이 불편해 일을 잘하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A씨 부부가 이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병원 치료에 도움을 줬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의 금전과 노동을 착취하고 폭행을 한 행위가 묵인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고발을 결정했다.윤성민 기자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참 나쁜 부부
입력 2017-04-19 05:02 수정 2017-04-1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