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지하수, 벤젠 최대 162배 검출

입력 2017-04-18 17:47
한·미동맹을 이유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도 조사 결과를 숨겨오던 환경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부 정보를 시민사회에 공개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 기준치의 최대 162배 검출되는 등 환경오염 정도가 심각했다. 그나마 지하수를 채취한 18곳 가운데 4곳의 분석 결과가 누락된 정보라서 원본 자료 전체 공개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크다.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국민연대)는 1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14곳 중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발암물질인 벤젠이 ℓ당 2.440㎎ 검출돼 기준치(0.015㎎)의 162배를 넘어섰다. 벤젠 검출량이 기준치의 20배를 넘어서는 곳이 4곳에 달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원본이 아니라 누락·가공된 것이었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조사 지점들을 특정하지 않고 모두 서울 용산구청 맞은편 주유소를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 있다고만 했다. 국민연대는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시민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환경부, 국방부, 외교부는 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부는 주한미군사령부와 협의해 세 차례에 걸쳐 용산기지 내부 환경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지난해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2015년 5월 18곳에서 지하수 시료 채취 방식으로 진행됐던 1차 조사 결과다. 미군기지 오염 문제는 제기된 지 오래지만 진상조사나 정보 공개가 쉽지 않았다. 현재 용산뿐 아니라 부평, 원주 등 26곳의 미군기지가 반환을 앞두고 있다.

민변 권정호 변호사는 “국제 환경법의 원칙은 오염자가 정화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미군의 책임”이라고 단언했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