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朴, 손석희 사장 교체하라 했다”

입력 2017-04-18 17:41 수정 2017-04-19 00:55

홍석현(사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알린 태블릿PC 보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을 교체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6일 유튜브에 공개된 ‘JTBC 외압의 실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제목의 2분6초 분량의 영상에서 “제가 받았던 구체적인 외압이 5∼6차례 되고 그중 대통령으로부터 2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블릿PC 보도 이후엔 정권이 좀 약해졌기 때문에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며 “다만 보수층으로부터, 특히 태극기광장에서 저나 저의 아들, 손석희 사장 이름까지 거명되며 아주 규탄의 대상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외압 등에 대해 그는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치렀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압을 받아 앵커를 교체한다는 건 자존심이 용서치 않았고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외압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소속 고위관계자는 18일 “2016년 2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했고 이날 대화의 절반은 손석희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고 밝혔다고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홍 전 회장에게 통하지 않을 얘기라며 난색을 표하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 광고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 JTBC에선 삼성 광고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JTBC에 들어온 삼성 광고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언론사주가 박 전 대통령의 외압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언론의 자유 침해가 있었지만 2014년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세계일보 내부 사정 개입을 언급한 것이었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18일 회장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