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휴대전화 분실 땐 ‘신고 난감’… 공인인증 딜레마

입력 2017-04-19 05:01

윤모(23·여)씨는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회사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가졌다가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다음날 윤씨는 온라인으로 분실신고를 하고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나 윤씨에게는 큰 장벽이 놓였다. 홈페이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했는데 이때 본인 인증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제외하고는 공인인증서 등 다른 본인 인증 수단이 없던 윤씨는 발만 동동 굴렀다. 주말이라 분실신고를 접수하는 통신사 직영대리점은 열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청 유실물 통합 포털 ‘로스트112’도 마찬가지였다. 분실물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과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윤씨는 결국 경기도 용인 집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인근의 서울 종암경찰서까지 2시간을 가야 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본인 인증 수단으로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겪는 불편도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외에 다른 본인 인증 수단도 있다. 공인인증서와 인터넷 개인식별번호 아이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휴대전화보다 불편해 활발히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아이핀 발급 건수는 2017만개에 달했다. 하지만 그중 1년간 접속 기록이 없는 휴면 아이핀은 1346만개였다. 실사용 중인 아이핀은 671만개에 불과했다.

공인인증서도 휴대전화에 저장해두는 경우가 많아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무용지물이 된다. 직장인 이모(29)씨는 “공인인증서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으면 다른 컴퓨터를 쓸 때 불편하기 때문에 보통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월 공개한 ‘2016 대국민 전자서명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이용자의 39.8%는 스마트폰을 통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 인증 수단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45.5%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이용한 공인인증서 보관매체도 스마트폰이 23.6%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본인 인증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안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고 휴대전화를 살 때 신원 확인을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 제도가 발달했다”며 “현재 본인 인증 수단이 휴대전화에 집중돼 있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아예 없는 사람을 위한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은 보안에 취약하다. 손규식 한양사이버대학 해킹보안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본인 인증은 악용하려고 하면 충분히 악용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문자메시지(SMS) 기반이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알 수 없어 본인 인증을 유도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본인 인증 수단에 신용카드를 포함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15일 시범서비스 사업자로 국민, 신한 등 카드사 7개를 선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본인 인증 수단이 휴대전화 인증, 아이핀, 공인인증서 등에 국한돼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수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글=이가현 이재연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