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 결과를 놓고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면서 터키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야당은 국민투표의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반면 터키 정부는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키로 해 양측의 충돌이 우려된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17일 “투표 당일 선관위 관인이 없는 투표용지를 유효표 처리키로 한 것은 부당하다”며 “선관위는 투표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 현장과 언론의 집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등 개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CHP와 쿠르드계 야당인 인민민주당(HDP)은 투표함 수백개에 대해 무더기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투표 절차가 국제기준에 미달했다고 평가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OSCE 참관단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찬반 측이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불공정을 포함해 일련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서 “터키는 서방국가 어디에서도 없었던 가장 민주적인 투표를 치렀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 대변인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지난해 7월 실패한 쿠데타 이후 내려진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는 19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유럽 각국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헌투표 결과가 나온 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이번엔 ‘투표 무효’ 시위… 혼돈의 터키
입력 2017-04-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