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없는 닉 부이치치가 일본인 아버지와 멕시코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카나에 부이치치와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사는 스토리다. 그렇다고 뻔한 책은 아니다. 흔한 러브스토리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동이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인 한계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극복한 부부의 신앙 이야기다.
닉은 1982년 1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팔다리 없이 태어난 닉은 불우했다.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래도 무사히 이겨냈다. 15세에 만난 하나님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닉은 19살 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제 세계를 누비며 희망을 전하는 복음전도자가 됐다.
화려한 인생처럼 보였겠지만 성인이 된 닉은 절망했다. 남들처럼 사랑을 하고 싶었다. 하나님이 목적이 있어 자신을 이렇게 태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사귈 수 없다는 점은 풀 수 없는 숙제였다.
‘나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내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닉과 아내는 절망감과 편견을 딛고 2012년 기적처럼 사랑을 확인한 뒤 결혼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아들 키요시를 낳았다. 책에는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결실을 맺기까지의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닉과 카나에의 시선이 번갈아 이어지는데, 진솔한 크리스천으로서의 고백이 아름답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부부로서, 부모로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숙해가는 모습이 진솔하고 경쾌하게 이어진다.
닉은 아들 키요시가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 하나님의 손길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잡아줄 팔조차 없는 아빠에게로 걸어온 키요시는 아빠의 쇄골과 어깨를 닥치는 대로 잡았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되물었던 닉에게 아들의 돌진은 온몸으로 정답을 던져준 것이다.
‘그래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지. 모두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나에게도 사랑이 올까’… 장애의 한계를 넘은 기적 같은 사랑
입력 2017-04-20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