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북 ‘등거리 외교’가 ‘원거리 외교’ 전락

입력 2017-04-19 05: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북한 위기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갈등으로 한국과도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의 기조로 고수하던 ‘등거리(等距離) 외교’가 ‘원거리(遠距離) 외교’로 전락한 것이다. 중국의 갈팡질팡하는 한반도 정책은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동북아 외교 전문가인 이안 그레이엄 호주 로위연구소 소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높이기 전부터 중국은 북한과 한국 모두와 나쁜 관계를 맺는 ‘이례적인 포지션(unusual position)’에 놓였다”면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누더기(in tatters)가 됐으며 심지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소장은 특히 중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경제 병진 정책으로 낭패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경제가 좋아지면 북한도 강성(핵)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두 마리 토끼(핵·경제)를 잡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선 중국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즈화 화둥사범대 교수는 최근 다롄외국어대 강연에서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인 적, 한국은 중국의 가능한 친구”라며 “사드 보복은 한국의 국민 여론을 돌아서게 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도 “중국이 많은 국가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이유로 한국과 롯데를 제재하면 중국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안보 문제는 안보로 맞서야지 경제 제재는 자칫 제3자만 이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는 발등의 불인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오랜 ‘혈맹’인 북한의 손을 놓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를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대 시인훙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WP에 “중국이 대북정책 변경 여부를 두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키운다면 중국은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홍콩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 드래거노믹스의 얀메이 시에 수석연구원도 WP에 “중국은 무역과 단체관광, 식량 원조 등을 줄이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조금은 늘릴 수 있겠지만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미국을 달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구성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