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 극복을 위한 60일 기도 운동] 주님, 한국교회가 세월호입니다

입력 2017-04-19 00:00

주님, 우리는 2017년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주일을 맞아 부활하신 주님을 예배했습니다. 금년 부활주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지난 3년 동안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그 생채기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사회의 민낯임을 고백합니다. 나 개인이, 우리 가정이, 이 땅의 기업들이, 크고 작은 모임들이 저마다 세월호처럼 살아온 자였음을 고백합니다. 누가 감히 죄인이라고 정죄하는 돌을 들 수 있겠습니까.

주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한국교회가 세월호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과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지 못하고 좌우 수평을 이루는 균형을 잃어버린 배로, 죄악의 물결이 높고 조류가 심한 바다와 같은 이 사회에 겁 없이 운항하는 위험을 일삼아 왔습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외면한 채 스스로 복음의 평형수를 과도하게 빼내고 그 자리에 세속적인 탐욕과 명예, 물질 가치들을 과적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탐욕에 눈먼 나머지, 영적 안전은 뒷전에 두고 이 시대의 세속적인 광장 가치에 편승해 오늘도 무리한 운항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바다에서 제2의 세월호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한국교회입니다.

다시 예루살렘성 밖 갈보리 언덕에 세워진 주님 달리신 그 십자가로 돌아가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묵시를 잃어버린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보여 주는 묵시적인 공동체가 되게 하시옵소서.

주님, 이제는 한국교회가 혼돈에 빠진 한국사회를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교통 표지판이 되기를 원합니다. 분단된 이 민족의 희망이 되기를 원합니다. 열방을 향해 나가는 선교적인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아멘.

박은호 목사(서울 정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