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맨’은 현대 축구에서 로맨티시스트로 통한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 팀만을 위해 뛰기 때문이다. 한 팀에 순정을 바친다고 해서 모두 원클럽맨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빅클럽의 원클럽맨이라 하더라도 부상이나 고령으로 기량이 떨어지면 계약을 이어갈 수 없다. 주전 자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원클럽맨은 눈물을 머금고 이적을 선택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베테랑 수비수 존 테리(37·사진)도 예외가 아니다.
첼시는 18일(한국시간) “테리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첼시를 떠난다”며 “그는 4번의 EPL 우승과 5번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3번의 잉글랜드풋볼리그(EFL)컵 우승 등을 첼시에 선물하며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테리는 14세 때부터 첼시 유스팀에서 활약했다. 1998-1999 시즌엔 아스톤 빌라와의 EFL컵 경기에 교체 투입되며 1군에 데뷔했다. 그는 2000년에 반 시즌 동안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임대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시즌을 첼시에서 보냈다. 사실상 첼시의 원클럽맨인 셈이다.
2004-2005 시즌을 앞두고 첼시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세 무리뉴 감독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받은 테리는 첼시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6년 3월엔 에버튼과 FA컵 8강전 교체 출전을 통해 첼시 소속으로 7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EPL에서 488경기에 나서 130번의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고, 컵대회와 국제대회 포함해 713경기에 출전했다. 테리는 지난해 11월 둔근 부상을 당한 이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진 그는 이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원클럽맨들은 친정 팀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37)는 “리버풀과 우승을 다퉈야 하는 잉글랜드 팀에서 뛸 수 없다”며 LA 갤럭시(미국)로 떠났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37)는 2015년 6월 카타르의 알 사드로 이적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영혼 이케르 카시야스는 2015년 7월 FC 포르투(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었다.
글로벌 축구전문 매체 ESPN FC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구단 중 아무 팀도 테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웨스트브로미치가 테리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본머스(이상 EPL) 또한 이적이 가능한 클럽”이라고 전했다. 테리가 과연 다른 원클럽맨처럼 의리를 지킬지 아니면 EPL 클럽으로 이적해 친정 팀을 상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타임아웃] ‘원클럽맨’ 존 테리, 어디로 갈까
입력 2017-04-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