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8일 노인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했지만 재원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문 후보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30만원 지급을 약속했고, 안 후보는 소득 하위 50% 노인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두 후보는 의료서비스 확대, 노인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노인 기초연금 인상은 원내 5개 정당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제시한 핵심 정책이다. 그만큼 빈곤노인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물론 후보마다 시기와 대상은 다르지만 정부가 노인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공해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기본 방침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600조원을 넘은 우리나라다. 문 후보가 약속한 방식에는 연 4조4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안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금을 올리겠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후보들은 모두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애매한 이야기만 되풀이한다. 2012년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국민과의 약속을 번복했다.
정치인이 선거 때 장밋빛 공약을 발표했다가 집권하면 내버리는 구태를 반복하는 동안 가난한 노인의 삶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의 상대빈곤률은 44.7%에 달했다. 노인 2명 중 1명의 소득이 우리나라 중위소득자가 버는 돈의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노인 중 빈곤층 비율이 50%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좋은 말만 늘어놓는 공약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단 하나의 정책이라도 정부 어느 부처가 지방자치단체와 어떻게 협력하고, 어디서 재원을 마련해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노인 빈곤 문제같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복지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당선되기 전 공약을 내놓을 때부터 신중해야 할 것이다.
[사설] 노인 기초연금 인상, 재원 마련 방안부터 밝혀라
입력 2017-04-18 17:19 수정 2017-04-1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