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강남4구? 강동구의 변신… 고덕그라시움發재건축 돌풍

입력 2017-04-19 05:00
18일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내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제공
강남·서초·송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강동구가 고덕지구 재건축 열기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일부 단지의 전매 제한이 풀렸고, 분양을 앞둔 고덕주공 7·3·5단지의 경우 웃돈(프리미엄)이 날로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강남과 송파를 추월해 ‘강남4구’로 입지를 확고히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의 전매제한이 이날 풀렸다.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현대·SK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평균 22.2대 1, 최고 37.2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고덕 그라시움 분양권에는 현재 3000만∼7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상일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84㎡ 등 중소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분양 당시 1000만∼25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은 것과 비교해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측도 “비가 오는 날씨에도 평소보다 2∼3배 가까운 문의가 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용 84㎡의 경우 현재 8억4000만∼8억5000만원 수준인데 향후 10억원 진입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강동의 경쟁력은 낮은 분양가에 있다. 강동구 고덕동의 재건축 단지 분양가는 강남구와 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절반 수준이다.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와 서초구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신반포 18·24차 통합 재건축)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각각 4137만원, 4250만원인 것에 비해 고덕 그라시움 분양가는 2338만원에 불과하다.

고덕지구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분양이 쏟아지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특히 오는 5월 주공 7단지를 시작으로 7월에는 주공 3단지, 9월은 주공 5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고덕숲 아이파크’(고덕주공 4단지 재건축)는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3000만∼5000만원가량 웃돈이 형성됐다. 주공 6단지도 지난달 관리처분총회를 마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업계에서는 강남4구의 막내로만 여겨지던 강동구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조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4월 둘째 주 기준 강동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리얼투데이가 KB부동산 시세를 토대로 전년도 1분기와 지난달까지 강남4구의 시세를 비교해본 결과 강동구의 집값 상승률은 12%로, 강남구(11%) 송파구(4.6%)보다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1·3대책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고덕을 중심으로 한 강동구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