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118> 또 다른 킹콩 이야기

입력 2017-04-18 17:32
‘콩:스컬 아일랜드’ 포스터

영화사에 기록될 캐릭터 ‘킹콩’의 최신판이 나왔다. ‘콩: 스컬 아일랜드’(조던 보그트-로버츠, 2017). 킹콩은 1933년 미국 RKO영화사가 발표한 동명 영화에 오리지널 캐릭터로 등장한 뒤 수많은 리메이크작과 아류작이 만들어졌다. 오리지널판은 흑인남자와 백인여자의 인종 간 러브스토리를 은유한 에로영화로 읽을 수 있지만 많은 리메이크작은 그저 단순한 모험 괴수영화에 불과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도 마찬가지. 특히 이 영화는 미지의 고도(孤島)에서 살아가던 킹콩이 문명세계로 끌려갔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오리지널과는 딴판으로 원래 킹콩의 거주지인 해골섬(스컬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일, 그중에서도 킹콩과 다른 거대 괴물과의 사투를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그런 만큼 야생과 문명의 충돌이라든지 자연 대 인간의 갈등, 또는 인종 간 사랑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이 영화에서 찾으려 해선 곤란하다. 그저 킹콩과 도마뱀을 닮은 기이한 괴물의 사투를 구경하면 된다. 앞다리만 2개인 이 희한하게 생긴 괴물은 오리지널판에도 나왔지만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 ‘괴물’, 일본만화 ‘원령공주’, ‘포켓몬’ 등에 나온 괴물을 모두 종합 참고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한국에서도 짝퉁 킹콩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 저작권 개념이 전혀 없던 1976년에 개봉된 ‘킹콩의 대역습’이다. 입체(3D)로 제작된 이 영화는 감독이 폴 레더라는 미국인이고 출연진도 로드 애런츠, 조애나 컨스 등 무명의 외국배우들이 주연이지만 한국배우로 고 이낙훈과 우연정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날림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B급은커녕 Z급으로 평가될 정도의 망작이었다.

사족-영화는 시대 배경이 70년대이고 등장인물 다수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어선지 당시 파병 병사들 사이에 크게 히트했던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Bad Moon Rising’ ‘Run through the Jungle’), 제퍼슨 에어플레인(‘White Rabbit’)의 노래들이 영화 내내 배경으로 깔린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